1. 누와르 장르의 최고봉, 무간도
누와르 (Noir / Noire)는 프랑스어로 '검다(black)' 라는 뜻으로, 18~19세기 등장한 영국의 범죄, 추리문학이 프랑스로 유입되면서 이 작품들을 프랑스에서 로망 누아르(roman noir)라 부른 데서 기원합니다. 공식적으로 누와르라는 장르의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들은 모두 포함하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무간도 시리즈는 대표적인 누와르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무간도 시리즈 중 1편으로, 유덕화, 양조위 주연의 영화입니다. 이 배우들의 이름 한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홍콩 배우들입니다. 보통 홍콩 누와르 영화들이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에 많이 나왔던 터라, 이 영화 역시 80-90년대에 개봉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80-90년대가 아닌 2002년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언더커버 설정으로, 경찰과 폭력 조직원이 서로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여 일어나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이와 비슷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것은 영화 신세계나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 마이네임이 그러합니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 한 영화 '디파티드' 도 있습니다. 이처럼 언더커버 라는 설정이 지금은 비록 흔해져버렸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영화의 줄거리 (영화 내용 스포있습니다.)
무간지옥에 빠진 자는 죽지 않고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된다.
영화의 첫장면은 무간도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무간도는 지옥이라는 뜻으로, 한자를 직역하면 '틈이 없는 길' 즉, '빠져 나갈 곳이 없는 길'이란 뜻합니다. 삼합회 보스 한침은 자신의 부하들 몇몇을 경찰학교에 스파이로 보내는데, 그 중 유건명(유덕화)은 에이스 경찰로 활동합니다. 반면 경찰측에서도 삼합회 쪽에 스파이를 심는데, 황지성 국장은 경찰 학교의 우등생이었던 진영인(양조위)을 보냅니다. 유건명은 한침의 부하로써 경찰 스파이가 되어 황지성 국장과 함께 일하게 되고, 진영인은 황지성 국장의 사람으로써 삼합회 쪽에서 인정을 받고 한침의 옆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되어, 그둘은 아이러니하게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두 사람은 10년동안 스파이 활동을 하며, 정체성 혼란도 느끼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봐 불안해하며 언제가 끝일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갑니다.
어느날 삼합회는 태국 마약 거래를 하기위해 태국 마약상을 만나게 되는데, 이 장면은 이 둘의 삶을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진영인은 모스부호를 통해서 마약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과 위치 및 정보에 대해 황국장에게 알려주고, 유건명 역시 경찰 무전 주파수를 알아내어 듣고서 경찰이 움직이는 상황들에 대해 한침에게 알려주며 마약 거래 접선책을 빙빙 돌리게 합니다. 결국 경찰이 현장을 덮쳤을 때는 발빠른 유건명의 대처로 마약 거래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 되어 삼합회 조직원들을 체포하는데 실패하게 됩니다. 삼합회 역시 큰 거래를 실패 하고 손해가 막심한 가운데, 한침과 황국장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두 보스는 각자의 조직 안에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부하들과 동료들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한침은 유건명에게 첩자를 찾아내라고 명하고, 조직원들의 인적사항에 관련된 자료를 유건명에게 넘겨줍니다. 이 때 조직원 중 아강이 글씨를 틀리게 써서 진영인은 글씨를 바로 써주며 자신의 글자를 봉투에 표시해두는데, 이는 나중에 진영인이 유건명의 정체를 알게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한편 진영인이 황국장을 몰래 접선하는 날, 그는 아강에게 자기는 안마 받으러 갈건데 같이갈거냐고 능청스럽게 말하고는 혼자 자리를 떠납니다. 그 사이 유건명은 황국장을 미행하면 스파이를 찾아낼 것이라 생각하고, 팀원들에게 황국장을 미행시킵니다. 두 사람이 접선하는 장소를 알아낸 유건명은 그 장소를 한침에게 공유했고, 한침은 아강을 비롯해 부하들을 보내며 스파이를 처리하라고 명령합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진영인과 황국장은 따로 움직이며 진영인은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황국장은 전화하는 척 연기하며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고 하는데, 한침의 부하에게 잡힙니다. 진영인이 그 자리를 도망나와 합류하려고 건물로 들어가려는 순간 황국장이 옥상에서 택시에 떨어져 죽게 됩니다.
충격에 휩싸인 진영인을 데리고 같이 도망쳐 나온 동료 아강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오늘 안 보인 사람이 스파이가 틀림없어, 그런데 난 형이 안마 받으러 갔다고 말 안했어. 그걸 큰 형님이 알기라도 하면 형은 끝장이잖아. 형 대답해봐, 안마해주던 아가씨 예뻤어? 형 조심해 다른 일을 하면서 형을 몰래 바라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경찰이야" 그리고는 총격전 때 입은 총상으로 아강은 죽게 됩니다.
황국장이 사망한 후 진영인의 신분을 아는 존재는 사라졌고, 이제 자신의 정체를 증명할 방법은 경찰 기록 외에는 없다는 사실에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유건명 역시 황국장을 미행시켜 죽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팀 내에서 곤경에 처하게 되고, 유건명은 한침에게 황국장을 죽일 필요까지 있었느냐고 말하지만, 돌아오는 한침의 대답은 냉소적입니다.
유건명은 황국장의 유품을 조사하다가 황국장 휴대 전화에 남아있던 번호로 전화를 거는데, 진영인은 죽은 황국장의 번호로 전화가 오자 당황하고, 유건명은 모스부호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자 진영인은 유건명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두사람은 합동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한침이 다시 마약거래를 하려는 때, 유건명은 진영인과 모스부호를 통해 거래 위치를 파악한 뒤 경찰을 이끌고 거래현장을 급습합니다. 그리고 도주하는 한침은 결국 유건명에게 총살당합니다.
이후 유건명은 경찰서로 복귀하여 동료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진영인과 대면하게 됩니다. 진영인은 자신의 원래 신분을 되찾게 해달라고 말하고 유건명이 신분을 조회하러 가는 사이, 그의 책상에 놓여있던 삼합회 인적사항 봉투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이 아강에게 틀린 글자를 가르쳐주며 직접 글자를 적었던 그 봉투가 유건명 책상에 놓인 것을 본 진영인은 유건명이 경찰에 잠입해있는 스파이라는 정체를 알게 됩니다. 자리에 돌아온 유건명은 진영인이 사라진데다 삼합회 인적사항 봉투가 들춰진 흔적을 보고 자신의 정체가 들통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진영인의 경찰 기록을 삭제합니다.
3. 느낀점 및 총평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의 신분을 숨긴채 적군과 함께 동화되어 살아가며 임무를 수행한다는 설정 자체가 터무니 없이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스파이나 간첩이라는 존재가 현실에도 존재하고 있으니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사명감을 갖고 살아간다 할지라도 경찰 스파이었던 유건명의 삶도, 조직 폭력배의 스파이었던 진영인의 삶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을 터, 지옥같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점에서 무간도는 제목을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언더커버 설정이 흔하다고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그 중에서도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비밀 작전을 펼치며 쫓고 쫓기는 장면들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고, 지루할 틈 없이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치고, 반전에 반전을 이루는 내용들이 이 영화의 흥미요소인 것 같습니다. 반면 조직폭력배 마약 등등 어두운 소재를 다룬 것에 비해 너무 잔인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절제하여 만든 영화라서 보기에 불편하지 않고,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손에 꼽히는 영화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브하드- 진정한 사랑은 솔직함에서부터 (0) | 2021.12.03 |
---|---|
엑시트 - 재난 탈출액션, 살고싶다면 뛰어라! (0) | 2021.12.02 |
다운사이징- 12.7cm로 작아지는 순간, 돈 걱정은 끝났다! (0) | 2021.11.24 |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폼나게 살아야 될 거 아이가? (0) | 2021.11.19 |
듄(DUNE) - 듄을 지배하는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 (0) | 2021.11.09 |
댓글